박진영의 공룡열전

박진영 지음 (뿌리와이파리)

기존에 알던 공룡 지식은 모두 잊어라!
어린 시절에 재미로 익혔던 모든 공룡 이야기를 단숨에 뛰어넘는 유일무이한 공룡 책!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공룡을 참 좋아합니다. 저는 지금껏 공룡 싫어하는 남자아이를 본 적이 없어요. 어쩌면 남자들에게 있어서 공룡 사랑이란 본능과도 같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공룡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곤 했습니다. 특히 멋진 탐험가 나이젤 마빈이 등장하여 가상의 공룡 세계 모험을 펼치는 다큐멘터리 ‘공룡 대탐험(Walking With Dinosaurs)’은 무척 환상적이었어요. 쥬라기 공원 같은 영화를 보던 추억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최근 십여 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공룡의 모습은 다큐멘터리나 영화 속에 흔히 등장하는 멋진 모습과는 좀 다르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갑옷 같은 껍질이 매끈하게 뒤덮인 괴물 파충류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근래의 연구를 통해 알려진 공룡의 모습은 마치 오동통한 닭 같다고나 할까요? 공룡에게 깃털이 있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어린 시절의 추억과 상상을 뛰어넘는 묘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물론 어떻게 보면 이런 이야기들이야말로 일종의 동심 파괴일 수도 있겠군요.

이 책 <박진영의 공룡 열전>에서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던 인기 공룡 여섯 종을 통해 현대 공룡 연구의 첨단의 신선한 맛을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엄청나게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에서 트리케라톱스를 지나, 목이 긴 브라키오사우루스에서 이구아노돈, 데이노니쿠스, 스테고사우루스까지. 이 가장 유명한 공룡 여섯 종에 대해서라면 수많은 남자와 아이들이 ‘나도 알 만큼 안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지금까지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공룡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많이 틀렸고 엉뚱했는지를 느끼고서 숱하게 놀라고 맙니다. 저자가 출연했던 모 팟캐스트 방송에 의하면 요즘 아이들은 공룡에 대한 지식을 ‘졸업’하는 것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다던데, 그런 아이가 공룡 졸업이라는 개념의 허무맹랑함을 깨닫고 난다면 밤에 잠을 못 이루고 수없이 이불을 걷어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다른 유명한 과학책인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비슷한 첫인상을 느꼈습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파헤쳐 들어가면서 느끼는 무한한 경이의 순간들! <박진영의 공룡 열전>은 공룡과 자연에 대한 압도적인 호기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흥미로움으로 온전히 가득 차 있습니다.

다른 흔한 공룡 책들과 비교하면 그림이나 사진이 적다는 데에서 상대적인 아쉬움도 있지만, 그런 부분들은 각자의 넘쳐나는 상상력으로 채우면 되니까 괜찮습니다. 이 책을 골라 읽는 사람이라면 공룡 다큐멘터리 몇 편쯤은 이미 섭렵했지 않겠어요? 글만 읽어도 온갖 공룡의 모습들이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되어 그려지는 놀라운 경험이 책장 속에 쭉 펼쳐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공룡 그림이나 사진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아이들을 위한 공룡 책은 꽤 많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공룡’이란 단어로 책을 검색해 보니 8,599건이나 뜨는군요. 하지만 그 책들의 일부가 현대 공룡 연구 첨단의 성과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은 조금 우려스럽습니다. 아이들이 순수한 호기심으로 골라 보는 수많은 공룡 책들이 그저 멋지고 무시무시한 쪽으로 공룡의 이미지를 왜곡시키고 있다면 조금 씁쓸한 일이겠지요. 그렇기에 아이들의 공룡 지식이 진정한 ‘졸업’의 과정을 거치기 위해 한 권의 책을 택한다면, <박진영의 공룡 열전>이야말로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하나 떠오르네요. 호기심 많은 아들을 위해 좋은 공룡 책을 골라 선물하려던 아버지가 되려 책에 빠져들어서 아들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기묘한 상황 말이에요. 어쨌거나 제가 겪었던 경험과 마찬가지로, 이 책을 통해 수많은 어른 아이들이 동심 충만한 공룡 세계 이야기로 푹 빠져들어 헤어날 수 없게 된다면 참 재밌겠습니다. 공룡을 동경하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멋진 책입니다.

김대선 @청주 우리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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