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내려고 시를 씁니다.”
라고 겸손하게 말했는지, “시를 써서 월세도 냅니다.”라며 거들먹거렸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작은 독립출판물 마켓을 빈손으로 빠져 나오다가 만난 시인 김경현과 나눈 첫 대화였다.
그리고, 이미 내 손엔 잘 읽지도 않는 시집이 들려있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 그는 이태원에 ‘다시서점’이라는 작은 서점을 냈다.
그의 시는 아포리즘(이라 쓰고 말장난이라고 읽는다)부터 현실을 풍자하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무심코 읽다 다시 생각하면 ‘거시기’를 탁 치게 하는 재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