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과 합법 사이, CCL을 허하라.


다른 사람이 만들어 블로그에 올린 동영상을 퍼서 내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불법일까? 합법일까? 많은 사람이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법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범법 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죄책감을 느끼거나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현재의 저작권법이 어렵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이 웹이라는 공간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범법자를 양성하는 저작권법

제42조 (저작물의 이용허락) 에 따르면, 이용자는 저작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얻어야만 그 저작권자의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이용’이라함은 저작물을 복제-공연-방송-출판-전송-전시-배포하는 전반의 행위를 일컫는데, 저작권법은 이러한 권리를 저작권자뿐만 아니라, 저작물을 제작하는데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일정 부분을 부여하고 있다.

제42조 (저작물의 이용허락)
① 저작재산권자는 다른 사람에게 그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허락을 받은 자는 허락받은 이용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허락에 의하여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저작재산권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이를 양도할 수 없다.

저작권을 적게는 1명에서 수십명까지도 그 권리를 쪼개서 부여 받게 되는 것이다. 초상권까지 포함한다면, 그것이 몇백명까지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사나 방송사 콘텐츠를 팔고 있는 방송사닷컴들조차도 어찌보면 저작권법을 엄격하게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저작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차가 복잡하고, 어려워서 그 절차를 모두 지켜 콘텐츠 사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저작권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범법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reative Commons Licnese, 이하 CCL)’다.

누가 누굴 해적이라고 부르는가? 너는 해적인가? 나는 해적이 아닌가? 점점 비대해져 가는 ⓒopyright의 뱃속에서 해적이 아닐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디지털 시대의 생비자들은 서로의 작업물을 공유(in common)하고 섞어(mixing)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그들은 이미 ⓒopyright의 세상보다 넓은 ⓒreative ⓒommons 세상을 만들고 있다. 가벼워진 ⓒ와 ⓒ가 자유롭게 뛰어 놀며 힙합 DJ의 mixing에 맞춰 beatbox하는 CC의 세상으로! SPREAD CC! * 이 동영상은 하자센터의 비주얼 레이브 팀에서 제작, www.creativecommons.or.kr/blog/로부터 가져왔습니다.

CCL은 모두를 즐겁게 한다. 

한국어로 표현이 어려워서인지 CCK(크리에이티브 커먼스 한국 지부, Creative Commons Korea)에서조차도 ‘크리에이티브 커먼스’라는 영어 발음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단어는 ‘창조적 공공제 혹은 공유재’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 나름의 방식대로 ‘창작물 공유 규약’정도로 의역할 수 있겠다.

CC의 웹사이트에서는 CCL을 ‘이용허락(Licenser)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일종의 표준약관과 같은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모든 저작물은 그 저작물을 창작하자 마자 어떠한 등록 절차가 없더라도  자동적으로 저작권법의 테두리안에서 보호를 받게 된다. CCL을 채택함으로써 저작권법의 테두리안에서 저작권자가  저작권의 일부를 포기함으로써 이용자가 별도의 어렵고 복잡한 ‘이용허락’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작권자가 CCL을 채택하게 되면 이용자는 저작권자가 표시한 ‘이용허락’의 내용에 따라, 자유롭게 공유하거나 새로운 저작물을 만들 수도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더 이상 범법자를 만들지 않고도 저작권자와 이용자를 포함하여 그 저작물을 접하는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저작물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왜, CCL인가?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꾸준히 인터넷 만화를 창작해서 인터넷에 공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자신의 만화 마지막에 이렇게 표시하곤 한다. “상업적인 용도가 아니라면, 마음대로 퍼가도 좋습니다.” 자신의 저작물을 ‘비상업적인 용도로 전송-전시-배포’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의미이다. 영화 자막을 만들어 배포하는 또 다른 사람은 “마음대로 퍼가셔도 좋지만, 수정은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적어 놓았다. (비)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해도 좋지만, 수정이나 변경을 통해 2차 저작물을 만드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다양한 표기로 자신의 권리를 일부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에게 명확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마음대로’라면 상업적인 용도를 포함한 것인지, 또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을 경우 수정해서 2차 저작물을 만들어도 되는 것인지 혼동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통된 규약이 필요한데 그것이 하필 CCL일 필요는? 없다.

단지, 전 세계의 네트워크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웹에서는 글로벌하게 전 세계적으로 이해되어 지고 통용할 수 있는 규약, 혹은 약어나 부호가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저작물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서 CCL이 의미를 갖는 것이다.

공유를 위한 친절한 안내서, CCL

문제는 누구나 저작권자이자, 이용자가 될 수 있으며 저작권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CCL을 이해하고 적절히 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CCL이 가지는 의미를 알기는 쉽지 않다.

비록 저작권법에 대해 모르고 있더라도 모든 개인이 창작한 저작물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며, 저작권자는 그 일부를 포기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법의 테두리안에서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용자는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의 범위 내에서 창작물을 활용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과 즐거움을 나누거나 또한, 이용자 자신이 창작물을 만드는 저작자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에 웹2.0을 표방하며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태그스토리(www.tagstory.com)를 비롯한 많은 서비스들이 출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조항들을 들먹이면서 이용자들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협박이 아니라 친절한 안내를 통해 이해를 돕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것의 대안으로서 CCL의 채택은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뮤비는 CC 라이센스가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잘 보여줄겁니다. 저는 변호사의 아무런 도움도 없이. 또 저작권침해로 소송을 당할 걱정없이 이 뮤비를 만들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사진들이 CC라이센스 되었고 그래서 제가 이러한 방법으로 사용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크리스마스 쇼핑을 이미 끝내신 분들, 만약 세상을 위한 뭔가를 잊으셨다면, 당신의 작품에 CC 라이센스를 붙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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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여, CCL을 허하라.

이미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웹 2.0 지향의 웹서비스들은 CCL을 채택함으로써 좀 더 쉽고 간편하게 자신의 서비스의 아이덴티티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참여, 개방, 공유의 웹 2.0은 너무나 쉽게 언급되어 지고 회자되지만, 정작 그 중심에 있어야 할 개인(=이용자 & 저작자)은 끊임없이 협박당하고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UCC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80%이상이 불법’이라고 하면서 UCC 서비스 이용자들을 범법자들로 몰아가기에 여념이 없다. 충분히 합법적인 이용이 될 수도 있는 이용 행위마저도 불법이 될 수 밖에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UCC 서비스의 어두운 측면을 들춰 내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이를 합법화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은 귀찮아 하는 것 같다.

CCL은 쉽고 편리하게 합법적으로 저작물을 공유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CCL은 세계적으로 14개국에서 사용중인 글로벌한 규약으로 자리잡고 있다.
CCL은 강제적이지 않으며,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다.
게다가 무료다.

웹이여, 이제 CCL을 허할 때가 왔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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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남반장

#동네서점지도 운영자 | 1998년 인터넷 라디오 '무차별 방송국'을 시작한 이래, 15년 이상 웹서비스 기획자로 일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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